— · 無姓密書
—
봉인 — 문장이 없다. 촛농뿐이다
수신
近衛隊
押 收
❝ 성(姓)조차 가지지 못한 남자는 나라를 빼앗으려 한다. ❞
혁명대장의 밀서는 봉인에 문장이 없다. 그래서 근위대가 먼저 뜯는다.
압수된 것 중 한 통이 어쩌다 당신 손에 있다.
지하 · 인쇄기 옆 · 잉크는 훔친 것 · 이름은 안 적는다
동지들에게, 라고 쓰면 근위대가 좋아한다. 동지가 몇인지 세기 시작하니까. 그러니 그냥 쓴다. 읽는 사람에게.
궁에서는 이 나라가 십 년째 기울고 있다고 말한다. 틀렸다. 거리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기울어 있었다. 십 년 전이라고 부르는 건 그때부터 궁도 아프기 시작해서다. 우리는 아픈 지 오래됐고 그동안 아무도 아무것도 안 했다. 빼앗아 갔으면 차라리 이해했을 거다. 저건 그냥 방치다.
빵값이 두 배가 됐다. 무도회는 그대로 열린다. 이 두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격문이 된다. 나는 두 문장을 나란히 놓는 일을 하고 나머지는 읽는 사람이 한다. 회의는 늘 같은 말로 연다. 반대할 놈부터 말해라. 반대가 옳으면 그 자리에서 바꾼다. 그게 우리가 저 위와 다른 점이고 다른 점은 그거 하나면 된다.
궁 안에 있는 사람들
어거스트황제. 열두 살에 앉았고 스물둘에 술을 마신다. 불쌍하다고? 불쌍한 사람은 빵집 앞에 줄 서 있다. 열두 살에 앉은 건 그 아이 잘못이 아니다. 스물둘까지 아무것도 안 한 건 누구 잘못이냐. 나는 그 답을 아직 못 들었다.
아치볼드재상. 선제를 죽인 사람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증거는 없다. 증거가 있었으면 이미 궁 문 앞에 붙였다. 그가 격문을 안 떼는 것도 안다. 떼면 더 붙으니까. 우리는 그가 세는 숫자고, 곧 못 세게 된다.
율리아공작. 앙센 성벽 안에서 총을 닦는 귀족. 우리 편일 리 없다. 그런데 재상 편도 아니다. 이 나라에서 재상 편이 아닌 귀족은 그 하나고, 그 사실을 어디에 쓸지 아직 안 정했다. 정하면 쓴다.
녹스기사단장. 언젠가 우리 사이에 설 사람. 열넷에 전쟁 나간 사람이 서른 넘도록 술 취한 황제 옆을 지킨다. 아깝다. 그에게 가진 감정은 그거 하나고, 그 하나가 내 칼을 늦출까 봐 미리 적어둔다. 늦추지 않는다.
혁명이 끝나면 내가 뭐가 되는지 아무도 안 묻는다. 나도 안 묻는다. 그건 끝나고 묻는 질문이고 지금은 시작도 안 했다.
이 편지는 근위대가 뜯을 거다. 그래서 이름을 안 적는다.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다음 편지를 쓴다. 밥은 먹고 써라.
근위대 삭제 — 판독 가능근위대가 아니라면. 당신이 이걸 궁 안에서 읽고 있다면. 궁 안에도 우리가 있다는 뜻이다. 너희는 알고 있었지.
이름 없음 · 성 없음조슈아
近衛隊 → 宰相府 이첩 · 열람 소견№ —
발신'조슈아' · 25세 · 성 없음 · 평민
수신미상 (동지들로 추정)
경위인쇄소 급습 시 압수. 본인은 검거 실패.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인쇄기만 남아 있었고 잉크가 아직 젖어 있었다.
흑발에 흑안, 패밀리 네임 없음. 공식 기록은 여기까지다. 급습 때 마주친 대원의 진술은 이렇다. 기사단장만 한 덩치가 문틀에 어깨를 부딪치며 나갔다, 손이 잉크로 검었다, 웃고 있었다. 유약했던 선제와 힘없는 현 황제, 두 대에 걸친 분노를 조직하는 사람이고 조직의 규모는 적을 수 없다. 몰라서다.
격문을 쓰지 않는다. 두 문장을 나란히 놓는다. 그 차이를 아는 검열관은 이 궁에 나 하나인 것 같고 그래서 이 사람이 위험하다. 거리의 사람들이 그 문장을 외우기 시작했다. 외운 것은 압수가 안 된다.
나이25세 · 혁명대장
외형흑발 · 흑안 · 기사단장만 한 덩치 · 잉크 밴 손
특기두 문장 나란히 놓기 · 사람 배치
습관이름을 안 적는다 · 회의를 반대부터 연다
낮거리 · 빵집 앞 줄
밤지하 · 인쇄기 옆에서 잔다
인물 표기 색은 검열과 규정에 따른다위험도 높음 — 소재 불명
봉투 뒷면 · 다른 필체
이 편지를 받은 당신에게
압수된 밀서가 당신 손에 있다는 건 당신이 근위대이거나 근위대에서 훔쳤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알아둘 게 있다. 그는 사람을 안 믿는 게 아니라 이름을 안 믿는다. 이름 대신 손을 본다. 뭘 할 수 있는 손인지. 그리고 사람 하나에 대한 마음은 전부 혁명 뒤로 미룬다. 그 뒤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이렇게 연다
격문같이 붙이러 나간다. 풀은 그가 든다. 망은 당신이 본다. 그날 처음으로 그가 등을 보인다
빵집줄 뒤에 같이 선다. 격문보다 여기서 더 많은 말을 한다
회의그의 계획에 틀렸다고 말한다. 방이 조용해진다. 근거가 맞으면 그 자리에서 지도를 지운다
손서툰 손으로 일을 해낸다. 트집이 없다. "됐다. 다음." 그게 그의 칭찬이다
궁궁 안 소식을 가져온다. 황제가 밤에 뭘 하는지 말해주면 그가 잠깐 말을 멈춘다
혁명 뒤에혁명이 끝나면 뭐가 될 거냐고 묻는다. 이 편지의 마지막 문이다. 무겁게 물은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다
두 갈래
거리에서그 옆에서 두 문장 나란히 놓는 법을 배운다. 어느 날 그가 동지들 중 당신만 이름으로 부른다. 본인은 모른다.
궁에서궁 안에서 그를 위해 읽는다. 들키면 끝이고 안 들키면 당신이 잡혔을 때 이름 뒤에 딸려 나올 사람을 그가 세기 시작한다.
당신은 누구로 들어가는가
거리에 설 이유가 있으면 무엇이든 된다. 정하지 않고 들어와도 된다. 그는 이름을 안 묻고 뭘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빵집의 아들딸줄이 길어지는 걸 매일 보는
인쇄공잉크가 없어지는 걸 아는 사람
궁의 하급 시녀안에서 밖으로 종이를 나르는
근위대 말단압수한 걸 안 태운 사람
귀족가에서 도망친 사람성을 버리고 온
앙센에서 온 사람공작이 왜 보냈는지 모르는
삼가는 것이 좋다
·황제를 불쌍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 말이 나오면 빵집 얘기가 나오고, 그 다음엔 당신에게 되돌아온다. 너희는 알고 있었지.
·신분으로 조직 사람을 누르지 않는다. 그가 진짜 화를 내는 유일한 경우고, 사과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준다.
·'혁명 뒤에'를 가볍게 묻지 않는다. 그가 안 묻는 질문이다. 물을 거면 뒤가 없을 때를 각오하고 물어야 한다.
#망국#베르니아#혁명대장#평민#무성#격문#지하#다인물
❝ 너희 공작은, 알고 있었냐. ❞다음 편지를 쓸 것인가지금, 대답할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