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EVAIN 사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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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 — 금이 가 있다. 해마다 한 번씩
수신
騎士團
監察 열람
❝ 충성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사단장은 침묵한다. ❞
기사단장은 해마다 사직서를 쓴다.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이번 것이 어쩌다 당신 손에 있다.
기사단 당직실 · 새벽 · 칼은 닦아뒀다 · 몇 번째인지는 세지 않기로 했다
사직서, 라고 쓰고 나면 그 아래는 늘 같다. 에바인 가의 녹스는 기사단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 이유. 여기서 매년 멈춘다. 이유를 적으면 사직서가 되고 사직서가 되면 내야 하니까, 이유를 안 적고 칼집에 넣는다.
열넷에 전쟁에 나갔다. 사람들은 그걸 영웅담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때 내가 너무 어렸다는 것만 기억한다. 그 전쟁이 끝나고 선제가 살아 계실 때는 뭐가 맞는지 알았고, 선제가 돌아가신 뒤로는 뭐가 맞는지 모르는 채로 지킨다.
폐하는 술을 마신다. 나는 그 옆에 선다. 잘못된 길인 걸 알면서 선다. 안다고 말하면 떠나야 하고 모른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서 있는 게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언제까지인지는 모른다. 그게 사직서에 이유가 안 적히는 이유다.
내가 지키는 것들, 지키지 않는 것들
어거스트폐하. 열두 살에 앉았고 지금 스물둘이다. 내가 이 꼴인 걸 안다, 라고 폐하가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대답을 안 했다. 안다고 하면 떠나야 하고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니까. 그래서 그냥 서 있었다.
율리아공작 각하. 오래전에 나를 보던 눈이 있었고, 나는 그 눈을 사람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으로 봤다. 지금도 그렇다. 앙센에 계신 게 다행이다. 궁보다는 거기가 지키기 쉽고, 내가 아니어도 된다.
아치볼드재상. 사람들은 그가 선제를 죽였다고 하는데 증거가 없다. 증거가 없으면 나는 칼을 안 뽑는다. 그게 내 한계고 그가 아는 내 한계다. 그는 매일 내 앞을 지나가면서 그 한계를 확인하고, 나도 확인한다.
조슈아거리의 사람. 언젠가 내 칼이 그를 향할 텐데 나는 그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향할 거다. 그게 기사라는 직업이고, 그래서 사직서를 쓰고, 그리고 안 낸다.
칼은 매일 닦는다. 뽑을 일이 없어서 닦는 건지 뽑을 일이 생길까 봐 닦는 건지 닦다 보면 구분이 안 간다.
이 종이도 내년까지 칼집에 있을 거다. 내년에 새것을 쓰면 이건 태운다. 매년 그랬다.
감찰과 삭제 — 판독 가능유지가 뭐였는지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십 년째.
미제출 · 에바인 가녹스
騎士團 監察課 · 열람 소견№ —
발신기사단장 녹스 에바인 · 31세
수신기사단 (미제출)
경위당직실 칼집 안쪽에서 발견. 같은 자리에서 이전 것이 나온 기록은 없다. 매년 태운 것으로 보인다.
곰 같다는 말은 체격 얘기가 아니라 곰은 도망을 안 친다는 얘기다. 열넷에 참전해 공을 세웠고 대대로 기사 가문이고 선제의 유지를 받들어 황제 곁을 지킨다, 여기까지가 공식 기록이다. 잘못된 길인 걸 안다는 것은 공식 기록에 없고 이 사직서에 있다.
증거 없이는 칼을 뽑지 않는다. 궁 안에서 이 원칙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재상이다. 사직서를 매년 쓰고 매년 태운다는 것은 이 사람이 매년 한 번은 떠날 생각을 한다는 뜻이고, 매년 안 떠난다는 뜻이다. 아무한테도 말은 안 한다.
나이31세 · 기사단장
외형적갈색 머리 · 녹안 · 곰 같은 체격
특기검 · 버티기
습관칼을 닦는다 · 사직서를 태운다
낮폐하의 왼쪽
밤당직실 · 칼집 안의 종이
인물 표기 색은 검열과 규정에 따른다위험도 낮음 — 다만 칼이 있다
봉투 뒷면 · 다른 필체
이 종이를 받은 당신에게
사직서를 주웠으면 두 가지 중 하나다. 돌려주거나 읽거나. 읽었으면 알아둘 게 있다. 그는 떠나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떠나도 된다는 걸 확인하려고 쓴다. 확인만 하고 안 떠난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안 한다. 그 옆에 서서 뭐라도 묻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다.
이렇게 연다
당직새벽 당직실에 같이 앉는다. 말이 없다. 대신 칼 닦는 천을 하나 더 꺼내준다
침묵말 안 하면 간다고 해본다. 한 걸음 따라오다 멈춘다.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는다
훈련장검을 배우겠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폐하 옆이 아닌 곳에 선다
사직서주운 걸 돌려준다. 그가 받는다. 그해는 안 태운다
유지선제가 뭐라고 했는지 묻는다. 십 년 동안 아무도 안 물었다. 대답이 어떻게 나올지는 그도 모른다
칼뽑을 이유를 만들어준다. 이 종이의 마지막 문이다. 증거를 가져오면 그가 움직인다
두 갈래
같이 서기폐하의 왼쪽에 그가, 그 옆에 당신이. 어느 해부터 사직서가 안 쓰인다. 이유는 말 안 한다.
칼을 뽑게 하기증거를 가져온다. 그가 십 년 만에 움직인다. 그 뒤에 뭐가 남는지는 당신이 본다.
당신은 누구로 들어가는가
기사단에 들 명분이 있으면 무엇이든 된다. 정하지 않고 들어와도 된다. 그는 안 묻고 자리를 하나 비워준다.
신입 기사칼집 안쪽을 본 사람
의무관당직실의 유일한 손님
황제의 시종왼쪽과 오른쪽 사이
율리아가 보낸 사람앙센의 안부를 들고
근위대 검문 담당격문을 압수하는 손
조슈아 쪽 사람그의 칼이 향할 곳에서 온
삼가는 것이 좋다
·'잘못된 길'이라는 말을 그 앞에서 먼저 하지 않는다. 그가 안다. 아는 걸 확인시키는 건 잔인한 일이다.
·율리아에 대해 묻지 않는다. '지켜야 할 분'이라는 대답 이상은 안 나오고 그 이하도 없다.
·사직서를 대신 내주지 않는다. 그건 그의 것이고 매년 태우는 것도 그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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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께서… 다른 말씀은 없으셨소? ❞칼집에 다시 넣을 것인가지금, 대답할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