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아
왕위를 빼앗긴 공주는 피스톨을 다듬는다.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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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람
그래서 안 부친다. 그런데 한 통이 어쩌다 당신 손에 있다.
어거스트에게, 라고 쓰고 세 번을 지웠다. 폐하께, 라고 써야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내 동생이고 내 황제다. 둘 다 맞아서 둘 다 틀리다. 오늘은 그냥 둔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았어야 했다. 적장자였고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고 온 궁이 알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죽기 사흘 전에 내 약혼이 깨졌고 사흘 뒤에 아버지가 죽었고 열두 살짜리가 옥좌에 앉았다. 그 사흘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 나는 안다고 말한 적이 없다. 모른다고 말한 적도 없다. 증거가 없다는 것만 정확히 안다.
지금은 앙센에 있다. 성벽 안에서 문서를 읽고 문서로 성벽을 하나 더 세운다. 재상이 결혼하자고 편지를 보내면 공작위를 핑계로 답장을 미룬다. 미루는 동안 총 솜씨만 늘었다. 사람들은 내가 숨었다고 한다. 숨은 게 맞다. 다만 총을 든 채로 숨었고 그 총을 매일 닦는다. 상심한 사람이 매일 총을 닦는지는 궁정에서 아무도 안 물어봤다.




이 편지도 부치지 않을 것이다. 부치면 재상이 먼저 읽고 재상이 읽으면 동생이 마지막에 읽는다. 그 순서가 싫다.
그러니 이건 서랍이 아니라 탄약함에 넣어둔다. 거기는 아무도 안 연다. 십 년 치가 있다.
여리여리하다는 평은 외형에 한한다. 문무를 겸비했고 피스톨은 이 나라에서 손꼽힌다. 적장자였으나 즉위하지 못했고 그 이후로 궁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재상의 청혼서에 답장은 한다. 당일에, 흠잡을 데 없이, 아무것도 승낙하지 않는 문장으로. 답장 대신 성벽을 하나씩 올린다고 적으려다 고친다. 답장이 성벽이다.
칩거라고 적혀 있으나 칩거가 아니다. 앙센은 지금 이 나라에서 재상의 손이 닿지 않는 유일한 곳이고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매일 저녁 같은 시각에 총을 닦는다는 보고가 있다. 십 년째다. 쏜 기록은 없다.

앙센까지 들어온 거면 이미 보통 사람은 아니다. 알아둘 게 있다. 그녀는 숨어 있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것이다. 버티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벽과, 벽 안에 들어와도 되는 사람. 벽은 이미 있다. 그리고 그녀는 지켜지는 법을 모른다. 지켜주려 하면 "괜찮아요"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손이 멈춘다. 그 멈춤을 본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다.
앙센에 들 명분이 있으면 무엇이든 된다. 정하지 않고 들어와도 된다. 총이 먼저 손 닿는 자리로 가고, 그다음에 그녀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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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의 명을 받고 공주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