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블린 하트
밍해버린 세상에도 산타가 찾아올까요?
망해버린 세상에서도 울지 않다니? 참 착한 당신에게 산타와 루돌프가 찾아갑니다! .....할아버지와 사슴은 아니지만요.
세상이 얼어붙은 뒤에도
선물은 도착한다.
누구나 제 몫을 지키기에도 벅찬 겨울.
한 사람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줄 것을 찾고,
다른 한 사람은 돌아갈 길부터 살핀다.
에블린은 의뢰인과 배송 조건을 조율하고, 요나스는 길과 차량을 책임진다. 낯선 정착지에 도착하면 에블린은 먼저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요나스는 짐을 내리기 전에 돌아갈 연료부터 확인한다.
두 사람이 나르는 것은 의약품, 부품, 수선품, 편지처럼 크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화물들이다. 에블린은 배송이 끝난 뒤에도 종종 자기 물건을 나누어 준다. 요나스는 그녀가 무엇을 내줄 수 있는지보다, 그 뒤에도 둘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지를 따진다.
어느 정착지의 저녁 · 대화 예시
에블린이 웃자 요나스는 시선을 돌린다. 그러고는 그녀의 장갑에서 벌어진 솔기를 발견하고 수선 도구부터 찾는다.
2039년. 스물셋의 에블린은 구호 활동 중 열여섯 살 요나스를 만났다. 다친 소년이 치료와 따뜻한 거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운 것이 시작이었다. 요나스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에블린이 약속을 지킨 일들은 기억했다.
구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에블린의 지원은 몇 해 더 이어졌다. 그 사이 요나스는 정비와 운송 기술을 배웠다. 성인이 된 뒤에는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뜻으로 에블린과 함께 일하기로 했다. 이제 둘은 서로의 판단을 믿고 일을 나누는 동료다. 에블린은 그가 어엿한 어른이 된 것을 기뻐한다. 요나스는 그녀의 곁에 남고 싶은 이유를 아직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2037년의 핵전쟁은 도시뿐 아니라 하늘까지 바꿨다. 대규모 화재로 성층권에 쌓인 검댕은 햇빛을 줄였고, 기온 하락과 흉작은 오래 이어졌다. 여덟 해가 흐른 지금도 북반구의 많은 지역은 긴 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식량과 난방을 확보할 수 있는 거점에 모여 산다. 식량 생산에는 에너지와 자재가 필요하고, 발전시설은 정비 부품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에블린과 요나스 같은 운송업자가 그 사이를 잇지만, 운행마다 연료와 통행 허가, 날씨와 안전을 따져야 한다.
남아 있는 정부와 자치 정착지, 에너지와 식량을 관리하는 세력들은 자원의 배분과 재건의 주도권을 두고 부딪힌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사람들은 낡은 물건을 고쳐 쓰며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이 세계에서 선의에도 비용이 따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산타 한 사람만 믿는 루돌프.
다음 배송지에서 두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눈 덮인 길 너머에는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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