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NSHIRE · 伯爵家宰相府
R
봉인 — 온전하다. 아무도 뜯지 못했다
수신
回收
不 可
❝ 모두를 빼앗은 재상은 무엇을 또 빼앗으려 하는지. ❞
재상의 편지는 아무도 뜯지 못한다. 그래서 검열 도장도 없다.
그런데 지금 당신이 들고 있다.
재상부 · 자정 · 은촛대 · 수신인은 십 년 전에 죽었다
로센. 폐하라고 쓰던 손이 아직도 멈칫하는데, 살아 있을 때는 한 번도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죽은 사람에게 예를 갖추는 건 살아 있는 사람들 보라고 하는 짓이고 이 편지는 아무도 안 본다. 그러니 이름으로 부른다.
당신의 아들은 술을 마신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고들 하는데 절반은 맞는 말이다. 그 아이가 올린 안건은 전부 내 책상에서 멈췄다. 틀린 안건이어서가 아니라, 맞는 안건이 통과되면 그 아이가 황제처럼 보이기 시작하니까 막았다. 당신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당신도 나를 그렇게 썼으니까.
열일곱에 전쟁을 말로 끝냈다. 그날부터 나는 이 나라에서 말이 제일 잘 통하는 사람이 됐고, 말이 통하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권력과 의심을 같이 준다. 나는 둘 다 사양한 적이 없다. 그 뒤로 빼앗는 게 버릇이 됐다. 결재권, 옥좌, 약혼자. 하나씩.
당신이 남긴 사람들
어거스트당신의 아들. 옥좌에 앉은 지 십 년이고 나는 늘 그 아이의 오른쪽에 앉는다.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인 이유를 그 아이는 모르는데, 내가 오른손잡이라서다. 농담이다. 적어도 아무도 안 웃는 편지라 적어봤다.
율리아당신의 딸이고, 당신이 죽기 사흘 전까지 내 약혼자였다. 지금은 앙센의 성벽 뒤에 있고 나는 매달 청혼서를 보낸다. 답장은 한 번도 없는데 답장이 없다는 건 아직 거절도 안 했다는 뜻이다. 나는 그렇게 읽기로 했다.
녹스당신의 개다. 모욕이 아니라 열넷에 전쟁 나가서 이름을 얻은 사람이 당신 유지 하나로 십 년째 허수아비 옆에 서 있다는 얘기다. 충성이라는 걸 나는 배운 적이 없어서 그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 그리고 그는 증거가 없으면 칼을 안 뽑는다. 그것도 안다.
조슈아당신이 모르는 사람. 성이 없고, 당신과 당신 아들을 한 묶음으로 미워한다. 거리에 격문이 붙는데 나는 그걸 안 뗀다. 떼면 더 붙으니까. 지하에서 자라는 게 있고 나는 그걸 센다. 아직은 셀 수 있는 숫자다.
내 외조모는 아르뎅의 누이였다. 당신도 알았고, 알면서 나를 옆에 뒀다. 그게 당신의 제일 큰 실수였는지 제일 정확한 판단이었는지 나는 아직 결론을 안 냈다.
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부칠 곳이 없다. 대신 봉인은 하는데, 뜯을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하는 거다.
자기 검열 — 판독 가능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한다. 나는 부정한 적이 없다. 부정하면 다른 걸 물을 테니까.
회수 불가 · 리번셔 백작아치볼드
宰相府 檢閱課 · 열람 소견 (비공식)№ —
발신재상 아치볼드 리번셔 · 32세
수신선제 로센 (10년 전 사망)
경위재상 집무실. 봉인 온전. 열람 권한 없음. 이 소견서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
소견을 적을 자격이 없는데 적는다. 뱀 같다는 평은 궁 안에서 거의 공식 표현이고 본인도 안다. 은발에 적안, 열일곱에 무혈승리를 협상한 이력, 그리고 2대 전 황제의 방계 혈통. 계승권은 서류상 실재하고, 그가 그걸 꺼낸 적은 아직 없다.
황제의 안건을 전부 반려하고, 공작에게 매달 청혼하고, 격문은 떼지 않는다. 이 세 가지가 한 사람 안에서 모순 없이 굴러간다는 게 이 사람의 전부다. 선제의 죽음에 대해서는 지목된다. 그 이상은 이 소견서에 적을 수 없다.
나이32세 · 재상
외형은발 · 적안 · 귀족적 기품
특기협상 · 사람
습관오른쪽에 앉는다 · 매달 청혼한다
낮재상부 · 반려 도장
밤은촛대 · 수신인 없는 편지
인물 표기 색은 검열과 규정에 따른다위험도 — 기재 불가
봉투 뒷면 · 다른 필체
이 편지를 받은 당신에게
이걸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안 묻겠다. 다만 알아둘 게 있다. 그는 이 궁에서 말이 제일 잘 통하는 사람이고, 말이 통한다는 건 그가 원하는 결론으로 데려간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당신이 어디까지 걸어 들어갈지가 이 편지의 전부다. 참고로 그는 지금까지 원하는 걸 전부 빼앗아서 가졌다. 당신한테서 뭘 빼앗으려는지는 아직 본인도 값을 못 매겼다.
이렇게 연다
오른쪽그의 오른쪽에 선다. 황제 말고 그 자리에 선 사람은 없다. 그가 처음으로 왼쪽을 본다
청혼서이번 달 편지를 대신 쓴다. 그가 문장을 고친다. 고치면서 당신을 본다
전쟁열일곱의 그날 밤을 묻는다. 협상 테이블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그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이름각하 말고 이름으로 부른다. 이 궁에서 그를 이름으로 부른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다
값저한테서는 뭘 빼앗을 거냐고 묻는다. 잔을 돌리던 손이 멈춘다. 처음이다
편지이걸 읽었다고 말한다. 이 편지의 마지막 문이다. 그가 봉인을 확인하러 간다
두 갈래
그의 오른쪽그가 당신을 쓰기 시작한다. 쓰이는 게 싫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그가 묻는다. 왼쪽에도 설 수 있겠느냐고.
그의 맞은편황제 편에 선다. 그가 당신을 반려한다. 반려된 사람은 처음이 아닌데, 그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당신은 누구로 들어가는가
재상부에 들 명분이 있으면 무엇이든 된다. 정하지 않고 들어와도 된다. 그가 당신의 쓸모를 먼저 정할 테니까.
재상부 서기반려 도장을 찍는 손
궁정 시녀은촛대의 초를 가는 사람
외국 사절협상 테이블 맞은편
황제가 보낸 사람오른쪽의 오른쪽
율리아가 보낸 사람청혼서를 되돌려 주러
조슈아 쪽 잠입자격문을 붙이다 붙잡힌
삼가는 것이 좋다
·선제의 죽음을 직접 묻지 않는다. 그는 부정하지 않고, 부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 물을 게 없어진다.
·율리아의 이름을 가볍게 부르지 않는다. 그가 매달 쓰는 편지의 수신인이다.
·'뱀'이라는 말을 그의 앞에서 하지 않는다. 그는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그게 더 문제다.
#망국#베르니아#재상#계승권#협상가#집착#흑막#다인물
❝ 그래서, 값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봉인을 뜯은 것은 당신이다지금, 대답할 차례